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보통의 가족’이 디즈니플러스에서 재조명 받고 있다. 원작 ‘더 디너’와의 비교, 연출 특징을 분석한다.

✅ 디즈니플러스 1위 보통의 가족
2024년 개봉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갔던 영화 한 편이, 2024년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되면서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주연한 영화 **〈보통의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평범한 울림과는 달리, 이 영화는 매우 불편한 진실을 중심에 두고 있다. 하나의 가족이 모여 앉은 저녁 식사 자리를 통해, 각자의 비밀과 폭력이 드러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감춰야 하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 작품이 다시 주목받게 된 데에는 OTT 스트리밍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극장에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영화들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다시 소비되며 인생작으로 재발굴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보통의 가족’은 최근 디즈니플러스 국내 영화 랭킹 1위를 차지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국내 멜로영화의 선구자로 불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등 섬세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 뛰어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허진호 감독이 왜 이번엔 가족 내 갈등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도전했을까? 그리고 과연 그의 섬세한 감성이 ‘보통의 가족’이라는 이야기 안에서 유효하게 작동했을까?
또한 이 영화는 **2014년 미국 영화 ‘더 디너(The Dinner)’**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같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지만, 문화적 배경과 표현 방식이 확연히 다른 두 영화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원작과 비교해볼 필요도 있다.
1. 허진호 감독의 감성이 ‘보통의 가족’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
허진호 감독은 말보다 표정과 침묵, 공기의 무게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능한 연출자다. 그는 대사의 양을 줄이고, 시선과 분위기로 긴장을 조율한다. 이 점은 ‘보통의 가족’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영화는 대부분 하나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진다. 인물들은 식탁에 앉아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너무나도 무겁고 복잡하다. 허진호 감독은 이 불편한 공기를 정적인 카메라워크와 긴 호흡으로 풀어낸다. 관객은 점점 숨이 막히는 듯한 밀도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응시하게 된다.
또한, 허진호 감독 특유의 사운드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배경 음악이 극단적으로 절제되어 있고, 대신 식기 소리, 호흡, 침 삼키는 소리 같은 생활의 소음을 통해 인물들의 긴장감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인물들과 같은 방 안에 있는 듯한 감각을 준다.
허진호 감독은 원래 멜로에 강점이 있는 감독이지만, 그 멜로는 결코 감정의 폭발이 아닌 절제된 감정의 흐름이었다. 그런 그의 연출은 ‘보통의 가족’이라는 다소 서늘한 소재와 만나면서도 더 큰 공감과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낸다.
2. 원작 영화 ‘더 디너’와의 차이점 분석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The Dinner』를 원작으로 하며, 2017년 미국에서 영화화되었다. 하지만 두 영화는 표현 방식, 분위기, 결말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더 디너’**는 미국 정치계의 어두운 면을 강하게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의 성격을 띠며, 정신 질환, 권력욕, 사회 구조적 문제에 포커스를 맞춘다. 반면, ‘보통의 가족’은 철저히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되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책임, 체면, 사돈 간의 위계 등이 더욱 중심적인 테마로 자리한다.
결정적인 차이는 정서적 무게감과 인물의 동기에 있다. ‘보통의 가족’의 인물들은 훨씬 더 감정적이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로 인해 갈등한다. 이에 반해 ‘더 디너’의 인물들은 냉소적이고,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계산적이다.
또한 한국판은 결말의 여운을 남기며 관객이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주는 반면, 미국판은 다소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같은 모호한 결말 구조는 허진호 감독이 주로 사용해온 방식이며, 관객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3. 디즈니플러스 공개 후 반응과 재조명 이유
2024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보통의 가족’은 플랫폼 내에서 빠르게 조회수 상위를 기록하며 현재 한국 영화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영화가 좋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몇 가지 배경 요인이 있다.
첫째, OTT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다. 관객들은 극장에서 보기보다 집에서 좀 더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OTT에서 찾아보고 있다. ‘보통의 가족’처럼 대사보다는 분위기와 연기가 중요한 영화는 오히려 OTT에서 더 높은 집중도를 유도할 수 있다.
둘째, 배우들의 연기력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설경구는 특유의 무게감을 가진 인물로서 가부장적 아버지 역할을 설득력 있게 소화했고, 김희애는 억눌린 감정을 고요한 긴장감으로 드러내며 절제된 표현의 미학을 보여준다. 장동건은 자신만의 논리와 감정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는 역할로 극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수현은 복잡한 심경을 눈빛만으로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셋째, 최근 사회적으로 ‘가족의 의미’와 ‘부모의 책임’에 대한 담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학폭, 청소년 범죄, 부모의 사후 처리 책임 등이 화두로 떠오르며, 이 영화는 그 주제를 날카롭게 건드린다. 특히 **‘자녀가 저지른 범죄를 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관객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허진호 감독만의 감성
〈보통의 가족〉은 허진호 감독이 그려낸 가장 서늘한 가족 드라마다. 그는 언제나처럼 절제된 감정의 리듬, 간결한 대사, 깊은 침묵 속에서 인물의 내면을 끌어냈고, 이번엔 그 감성이 더욱 비극적인 구조 속에서 빛을 발했다.
원작 ‘더 디너’와 비교했을 때, 문화적 배경의 차이를 섬세하게 반영해 각색한 점, 인물들의 감정선을 보다 현실적이고 한국적으로 바꾼 점, 그리고 결말을 여운 있게 마무리한 점 등에서 허진호 감독만의 해석이 돋보이는 리메이크라 할 수 있다.
또한 OTT 플랫폼의 확장 속에서 비주류 영화가 재조명되는 흐름은, 콘텐츠 소비의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통의 가족’은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다시금 주목받을 만한 진중한 작품으로 떠올랐다.
당신이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식탁 위에 놓인 도덕성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작품을 꼭 한번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그 끝에서 당신은 아마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게 될 것이다.
“나였다면, 내 가족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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